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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hl의 첫번째 외국인 엔지니어의 진실한 회고록

게더타운에 마련된 본인의 사진을 보는 벤자민
늘 그렇지만 오래된 정든 친구와 이별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Cochl에서 함께 일해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벤자민이 Cochl을 떠나기로 했을 때 팀원들 모두가 슬퍼하고, 심지어 눈물을 찔끔 흘린 사람이 있는 것처럼요.
그러나 우리 모두 벤자민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그렇게 결정 내리기까지 그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와 함께 해왔던 시간이 그의 인생에서 빛나는 순간이었길 바라며 추억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Q. Cochl에서 함께한 시간은 어땠나요?

대학교 졸업 직후에 처음 가진 직장이었고 제게는 정말 좋은 경험으로 남습니다. 해외에서 첫 직장을 가지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특이한 경우라 제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 감사하네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해 더 큰 노력이 필요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쉽고 편한 길을 선택한 사람보다 같은 시간 내 아주 빠른 속도로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그리고 제가 Cochl에서 일했기에 한국에서의 제 삶이 더 특별했어요. 다른 외국인 친구들이 본인 회사에서 어떻게 일하는지를 듣고 나면 제가 정말 운좋은 사람인 걸 알 수 있죠. 제가 초창기엔 회사 내 유일한 외국인이었지만, Cochl 자체가 굉장히 외국인들이 편하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에 적응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외국인 팀원들이 4명 더 생겼고요! Cochl은 점점 더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고 언젠가는 프랑스 파리에 사무실을 내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어요.

Q. Cochl에서 일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요?

셀 수 없죠! 대학교에서 배운 것과 실제 업무에서 사용하는 것에는 큰 괴리감이 있어요. 문제를 풀기 위해 이론을 적용하는 것과 기술을 적용하는 건 다르잖아요? 뭐 때로는 새로운 개발 방법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필요한 개념을 습득하는 데 대학교 때 배운 지식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요.
혼자서 일해야 하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처음 업무를 시작할 때 제 개발 능력이 레벨1 정도였다면 지금은 한 레벨6 정도로 성장하진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그 시간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거예요.
6월 타운홀, 3주년 기념하며 팀원들과 찰칵!

Q. 3년 동안 근무하면서 많은 성장할 수 있는 순간들을 마주했을 것 같아요. 반면 아쉽지만, 하지 못해서 후회하는 것들도 있나요?

당연하죠. 원래 후회하는 성격은 아닌데 가끔 제 3년동안의 시간을 돌아봤을 땐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돌아가서 더 잘 해내고 싶은 순간들이 있어요. 개발자로서 더 짜임새 있게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지금의 저는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코드를 짤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2020 Google I/O 행사에 못 가본 게 정말 한이네요. 행사 참여를 위해 ESTA 발급을 받으려고 많은 문서처리도 했고, Airbnb 예약도 했고 이벤트에 참여할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단 말이죠. COVID-19 때문에 모든 행사가 취소되었지만요. 다음에도 참여할 기회가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후회라는 감정에 가깝진 않지만 더 이상 우리의 서비스가 성장하고 더 많은 유저가 사용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건 가슴 아프네요. 아주 초기부터 서비스와 함께했기 때문에 Cochl.Sense는 말하자면 제 자식과도 같아요. 3년간의 시간에 안녕을 고하는 건 쉽지 않네요.

Q. Cochl에서 함께 하면서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대규모 배포를 진행하던 매 순간이요. 배포 날들은 정말 잊지 못할 거예요. 베타 서비스부터 Version 1.0, Version 2.0을 거치며 Cochl.Sense는 점점 더 발전해 나갔어요. 어느 서비스나 마찬가지겠지만, 새로운 버전을 배포하는 날은 굉장히 바쁘죠. ‘크런치 모드'라는 말도 있잖아요. 하지만 배포가 끝나면 아주 행복하답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벤자민과 팀원들의 사진!

Q. 우리와 함께한 시간을 계속해서 기억해주면 좋겠네요. 우리와 3년 이상 함께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음, 당연한 이야기지만, 좋은 동료와 친근한 분위기요. 타운홀 참석 시 작성하는 마지막 질문인 ‘타운홀에 기대하는 점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저는 항상 ‘회식'이라고 써냈어요. 회식은 정말 프랑스에는 없는 문화에요. 제가 외향적인 사람이다 보니 팀원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고, 그 시간 동안 한국 회사의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만약 좋은 팀원들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정말 3년 이상 일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제가 기술의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었어요. 제가 원하는 만큼 실험해볼 수 있었고 서비스를 구축해나가는데 필요한 최상의 방법과 도구를 찾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죠. 이런 자유도가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건 희귀한 경험이잖아요. 특히나 개발자로서, 우리는 단순히 코드만 짜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에요. 어떤 회사에서는 비즈니스팀이 원하는 대로만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일은 Cochl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독립적이지만 함께 일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계속되는 토론을 통해 최상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팀이에요. 함께 아기를 키우는 손발이 잘 맞는 부모와 같은 존재죠.

Q. 팀을 사랑하는 게 느껴지는 대답인데요! 그런데도 새로운 길을 걸어보기로 했잖아요.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여전히 저는 팀을 사랑하지만 제 생각엔 지금이 새로운 길을 찾기에 가장 적절한 시간이라고 생각이 되어서요. 저는 한국에 3년 이상 살았고 약간 민망하지만, 부모님이 보고 싶어요. 더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보내고 싶어서요.

Q. 충분히 이해되는 답변이네요. 그럼 프랑스로 돌아가서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계획은 세웠나요?

네, 일단 처음 몇 달간은 쉬려고요. 근데 잘 모르겠는 게 최근에 1주일 동안 휴가를 썼지만 3일 차부터는 너무 심심하고 뭐든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6개월 이상 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한 1~2달은 쉬면서 가족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려고요. 그다음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살 수도 있죠. 사실 뚜렷하게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요!

Q. 그렇죠, 사람은 일만 해서는 안 되니까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팀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세상에나, 이거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 다른 사람들이 질투할 수도 있어 이 질문은 대답하지 않고 넘어갈게요.

Q. 우, 전 제 이름이 나올 줄 알았는데요? 한국을 떠나면 가장 그리울 것 같은 건 무엇인가요?

당연히 한국 음식이요. 삼겹살이랑 소주랑 어울리는 각종 음식이요.

Q. 벤자민이 Cochl의 공식 애주가인 걸 깜빡했네요. 마지막으로 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 대신 앞으로 백엔드를 책임져야 할 분들에게 죄송하네요. 저를 너무 비난하거나 미워하진 말아주세요. 왜냐면 대부분의 코드가 2~3년 전의 벤자민이 짠 코드일 테니까요. 3년 동안 함께 할 수 있어서 제겐 큰 기쁨이었고, Cochl과 남은 사람들도 다 행운이 가득하길 바랄게요.
혹시 프랑스에 여행올 일이 있다면 주저 말고 저한테 연락해 주세요. 같이 저녁도 먹고 회포를 풀어요!
인터뷰는 재미있게 마무리되었지만 여전히 벤자민의 부재가 믿기진 않네요. 하지만 그게 삶이죠. 벤자민의 무운과 안녕을 한국에서 빌어요!
마지막으로 좋은 동료를 떠나보내는 코파운더의 마지막 한 마디를 공유해 드립니다.
윤창님: 코드, 문화 그리고 추억을 포함해 벤자민이 Cochl에 남기고 간 것들은 언제나 우리 회사의 큰 자산이자 축입니다.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바랄게요! 수빈님: 여러모로 같이 고생을 많이 해서 여러 기억이 떠오르는데, 우리 회사의 기틀에 큰 공헌을 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충분한 휴식과 함께 다음 스텝에서는 더 큰 목표를 이뤄나가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